철도노조가 19일 오전 11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전동차 화재ㆍ고장 등 사고와 관련,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사진=연합뉴스
철도노조가 19일 오전 11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전동차 화재ㆍ고장 등 사고와 관련,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사진=연합뉴스

[철도경제신문=장병극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1호선) 전동차 화재ㆍ고장 등 사고와 관련,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최근 유사한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신형 전동차에 대한 정밀조사를 지시ㆍ감독하고,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사고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거나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양산차량도 초도차량에 준하는 인수검사를 시행하고, 최저가 입찰제도를 개선하는 등 철도차량 도입절차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일 오전 11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수도권 전동차 화재 관련 근본적 안전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형 전동차 7개 편성이 영업 운행에 투입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열차 하부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보조전원장치(SIV)에서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일부 전동차는 운행 도중 지하구간에서 단전이 발생했다.

SIV는 냉ㆍ난방이나, 조명, 제어장치 등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전기장치다. 10칸 1편성 전동차의 1호차(000대)ㆍ5호차(500대)ㆍ10호차(900대) 하부에 총 3개 SIV유니트가 설치돼 있다.

이들 신형 전동차는 제작사에서 지난 2022년 8월에 초도편성을 납품한 후, 지난해 5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영업운행에 들어가고 있다. 1호선에 41개 편성을, 일산선(3호선)에 8개 편성을 도입한다.

문제가 생기면서, 코레일은 1호선 일부 구간(경부ㆍ장항선)에서 신형 전동차 운행을 중지하거나, 이미 운행 중인 열차는 SIV 3개 유니트 중 1개를 차단한 채 운행했다.

노조는 "겨울철 전동차의 난방이 약화되면서 민원이 있었고, 전동차를 납품한 업체는 부품 수급 등 문제로 4개월이 지난 이달에 부품 교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형 전동차의 경우 계약조건(하자보수)에 따라 차량 제작사에서 A/S를 진행한다.

지난 13일 오전 12시 52분경, 1호선(경인선) 인천역에서 신형 전동차 2대의 하부 전기장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사진=전국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주간브리핑 3월 2호) 갈무리
지난 13일 오전 12시 52분경, 1호선(경인선) 인천역에서 신형 전동차 2대의 하부 전기장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사진=전국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주간브리핑 3월 2호) 갈무리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 9일 전동차 하부에서 보조전원장치가 고장났고, 또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며 "연기와 타는 냄새가 객실로 유입된다는 민원이 발생하자, 승객을 하차시키고,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도입된 전동차에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며 "제작사에서 문제의 차량을 고쳐도 또 다시 사고가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잇따른 사고 발생으로 기관차와 차장 등 승무원은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매일 열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고의 원인은 명확히 해소돼야 한다"며 "열차 운행에만 급급할게 아니라,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다는게 확실해질 때까지 운행을 제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노조는 신형 전동차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조치되는지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제작사와 코레일이 신형 전동차의 SIV 관련 부품을 교체하고, 주변환기 소프트웨어(S/W)를 개선했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이전에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가 주변환기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관련 정보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그 사이 불안감만 키웠다"고 했다.

노조에선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에게도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도중에 발생한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알림'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조는 △화재ㆍ사고가 집중되는 제작사의 철도차량에 대한 정밀조사 지시 및 감독 △사고 원인 해소 전 해당 차량 운행 제한ㆍ중단 및 운행 시 보완방안 마련 △수도권 사고 문자 발송 △화재사고 및 고장차량 현황, 운행지장 현황 등 관련 자료 제공 △현장 노동자 긴급대응 매뉴얼 배포 △이례사항 발생 시 현장 노동자 보호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또 신형 전동차의 운전실 의자, 조명, 무전기 불량 등 승무원의 안전 운행을 저해하는 설비ㆍ장치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1호선(경인, 경원, 경부, 장항선)ㆍ수인분당선 전동차 사고 사례 (=2024년 3월 9일~18일) / 자료=코레일
최근 1호선(경인, 경원, 경부, 장항선)ㆍ수인분당선 전동차 사고 사례 (=2024년 3월 9일~18일) / 자료=코레일

노조는 신형 전동차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생기는 이유가 '최저가 입찰제'에 있다고 본다. 

현재 철도차량 제작사는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 등에 따라 2단계 입찰 방식으로 선정한다. 기술평가에서 80점 이상 얻으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수주를 받은 식이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간 국내 전동차 입찰 과정에서 기술점수를 충족하지 못해 탈락한 사례는 없었다. 노조에선 "현행 입찰제도가 제작사의 능력을 평가하는게 아니라, 가격 출혈 경쟁만 부추기는 형식적인 제도로 전락해버렸다"고 지적한다.

노조는 "발주처에서 예산절감을 목적으로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철도차량 구매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철도차량ㆍ부품사의 부담을 가중시켜 품질이 떨어지고, 철도차량산업 자체의 부실을 초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가로 수주해 납품한 차량의 수리비용이 더 많이 들고, 기대수명만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결국 '적정 입찰제'를 통해 차량을 구매했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최저가 낙찰제도, 양산차량에 대한 인수검사와 시험검사 미시행 등 제도적ㆍ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다시금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고들이 더 큰 재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론화하고, 진상 규명과 안전대책 마련 등을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기사 일부 수정 (2024.3.21 오전 9시 50분)  : '철도노조가 공개한 최근 1호선 경인, 경원, 경부, 장항선)ㆍ수인분당선 전동차 사고 사례' 자료(사진)와 관련, 4건은 접수내용이 없었고, 1건은 "SIV 화재가 아닌 피뢰기 소손"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코레일에서 제공받은 '사고 사례' 자료를 참고ㆍ재편집한 사진으로 교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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