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안전기고5] 현장조치매뉴얼, 현장 실정에 맞게 작성해야

김칠환 / (사)항공철도사고조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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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극 기자
기사입력 2020-10-27 [14:57]

▲ 김칠환 / (사)한국항공철도조사협회 철도이사     ©철도경제

[김칠환 / (사)항공철도사고조사협회] 우리나라는 매뉴얼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그나마 있는 매뉴얼이라도 그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난이 앞서곤 한다.

 

그러나 지난 8일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는 달랐다. 33층 아파트 전체가 불에 휩싸인 대형 화재였지만 단순히 연기를 흡입했거나 가벼운 찰과상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주민들이 있었을 뿐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소방당국의 신속한 출동과 주민대피 조치, 침착하게 탈출한 주민들, 그리고 매뉴얼에 충실하여 대형 피해를 막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해 4월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 문화재 소실이 최소화된 것은 프랑스 소방대원들이 화재 대응 매뉴얼에 따라 철저하게 반복적으로 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방관들은 화재진압과 동시에 성당에 보관되어 있는 주요 문화재들을 230년 된 매뉴얼에 따라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어느 신문에서는 ‘노트르담 성당 살린 2년차 여 소방관은 계단 개수까지 알고 있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들은 평소 반복훈련으로 건물 구조를 훤히 알고 있었다고 하니, 건물 구조를 제대로 몰라 소화에 실패한 우리나라 남대문 화재사고와 대비된다.

 

철도에도 철도안전법이나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등에 근거하여 위기관리표준매뉴얼 등 수많은 종류의 비상대응매뉴얼이 있다. 그러나 사고발생 시 신속한 초기대응으로 사고확대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수립한 매뉴얼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여 관계자들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다음에서는 철도 최일선 소속에 적용되는 현장조치매뉴얼 한 가지에 대하여 알아본다. 

 

현장조치매뉴얼은 비상사태 발생 시 현장 철도종사자들이 실제 적용하고 시행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사항과 절차 등을 수록한 것이다. 그런데 이 매뉴얼 또한 분량도 많고 복잡하여 현장에서는 그동안 경험을 통해서 익힌대로 대응조치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분량이 많은 것은 주로 지역본부나 관리역 단위로 작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용어의 정의에서부터 위기관리 기본방향 등 여러 부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고발생 시 현장의 초기 보고는 관제실과 직상급 소속만 하면 되는데 보고계통도에는 지역본부, 본사, 국토교통부, 심지어 청와대까지 본사에서 내려온 보고계통도 그대로 작성된 곳이 대부분이다.  

 

도시철도 역사에서 화재 발생 시 대응조치를 예로 들면, 최초로 할 일은 소방서 통보 및 관제실 보고다. 이후 안내 방송(화재 사실 알림 및 여객 대피 안내), 현장 출동(화재지점 및 상황 파악, 현장 출동 시 무전기, 발광유도등, 소화기 등 휴대), 사상자 발생 시 구호조치, 여객 대피로 확인(게이트 개방 여부 확인 및 안전한 대피로 안내), 화재 진화 시도, 시설물 확인(제연설비 동작여부, 구호용품함 개방), 소방차 도착 시 진입로 안내 등 시행해야 할 우선 순위를 정해서 근무 인원에 맞춰 업무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별로 본인의 임무를 평소 철저히 숙지하고 훈련해야 한다. 비번자 동원은 초기조치가 마무리되거나 소방관이 도착한 뒤에 해도 문제가 없다. 

 

다른 비상상황이 발생해도 마찬가지로 업무 처리에 대한 순서를 정하고 근무 인원에 맞춰 개인별 업무 지정을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므로 기존의 현장조치매뉴얼에 있는 용어의 정의나 기타 항목은 참고사항으로 따로 비치하고, 역 및 분소 등 최일선 소속은 그 소속 근무 인원에 맞춘 사항만을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이 현장조치매뉴얼을 현장 실정에 맞도록 재정비하여 실제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초기 조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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