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식의 2번출구] 철길에서의 사진 촬영, ‘막는 것’만 능사일까

V-log 시대...미디어 매체 활용만큼, 일반인들 활용도 편리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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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0-10-16 [11:59]

= 매월 15일과 30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최근 두 곡이 연달아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위상을 높인 방탄소년단이 3년 전 발매해 3억여 건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한 <봄날>의 뮤직비디오에는 서울 근교의 작은 간이역인 일영역이 모습을 보인다. 눈이 쌓인 역에서 뷔가 선로 위로 내려가 눈에 얼굴을 맞대는 장면은 팬들에게 뜻깊은 장소가 되었다.

 

역시 유튜브에서 한국의 관광을 제대로 홍보한다며,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은 <Feel the Rhythm of KOREA>의 강릉 편에도 정동진역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날치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정동진역 소나무를 앞에 두고 승강장 위에서 춤을 추곤 한다.

 

이렇듯 역과 선로의 모습을 각종 미디어와 매체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철길과 자그마한 역이 가진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역이나 철길 자체가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메시지를 지니고 있어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에 좋은 장점이 있고, 그러면서도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그러한 영상과 사진을 일반인도 찍어서 자유롭게 올릴 수 있을까. 일반인도 간단하게 선로 위에 올라 ‘인생샷’을 남기고, 사진작가들의 아이템으로 손쉽게 선로 위가 활용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단으로 올라간다면 철도안전법에 따라 처벌되고, 정식으로 선로 위를 올라가고 싶다면 쉽지 않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 교외선의 한 역에 붙어있는 오래된 출입금지 안내판  © 박장식 객원기자

 

◆ ‘V-log’의 시대, 붙어있는 것은 ‘촬영 금지’

 

교외선 벽제역 인근의 ‘벽제터널’은 터널을 나오자마자 바로 나오는 북한산의 풍경이 아름아워 SNS에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벽제터널은 고양시의 공식 SNS에서도 소개되기도 하며 이름을 알리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곳은 명소가 아닌, 모두가 두려워 찾지 않는 곳이 되었다. 벽제터널을 방문해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한 이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25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선로 무단침입’. 철도안전법에 따라 과태료를 문다지만, 더욱 나은 방안 대신 벌금만을 안기고 명소 리스트에서 벽제터널만 지워져 버리는 결과를 남았다.

 

앞서 소개한 일영역도 마찬가지이다. 원칙대로라면 이곳에 방문해 <봄날>의 뮤직비디오를 따라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선로에 출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안내문 외에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 코로나19의 유행 이전에는 ‘BTS가 다녀간 곳’으로 외국인들도 끊이지 않았던 명소인데, 원칙대로라면 이들이 역에 방문해 선로를 밟아보고, 선로에 뺨을 기대보는 것도 범법행위인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도권의 한 기차역 곳곳에는 커다랗게 ‘사진 촬영 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자면 승강장 위에서 ‘부산에 놀러 간다’라며 SNS에 글을 올리는 것도, 출장을 가는 직장인이 ‘V-log’를 찍는 것도 불가능하다. ‘영상으로, 사진으로 자신을 표시하는’ SNS 시대를 정반대로 역행하는 규정인 셈이다.

 

◆ 막는다고 능사 아니다… 통 큰 행정 필요해

 

이러한 규제가 생겨나는 것은 선로 위에서의 부주의로 인해 인사사고가 비교적 자주 벌어지는 데다, 몇몇 사진 동호인이나 철도 동호인들이 사진을 촬영하며 생겼던 민원 등이 유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차가 오랫동안 다니지 않은 역이나 선로를 출입하는 것에 과다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단순히 V-log를 찍는 사람에게까지 ‘카메라를 내리라’며 제지한다면 사람들이 철도에 갖는 이미지를 운영기관이 스스로 던져버리는 모양새가 되지는 않을까.

 

반대로 이러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경우도 국내에 보인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방역지침이 강화된 올해를 제외하면 매년 지하철 사진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참가하는 사진작가, 아마추어 사진 동호인 등을 위해 지하철 차량기지 등 보안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개인 자격으로는 방문하기 어려운 이런 시설들을 열며 사진 동호인들은 새로운 영감을, 공사에서는 훌륭한 사진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사람들이 철도에 대해 갖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통 큰 행정과 정책이 필요하다. 장시간 머물러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잠깐의 인증샷’ 정도는 장려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주요 명소에는 열차가 지나가는 시간을 안내하거나 안내원을 배치하고, 지금은 복잡한 촬영 허가 절차도 간소하게 바꾸어 사람들이 더욱 철도에 대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두에게 ‘Win-Win’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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