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우의 플랫폼] 유럽철도: 장거리 국제 여객철도의 부흥계획1-항공 대비 철도의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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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우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2-01-13 [08:40]

= 각기 다른 사정과 목표를 가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단 한 편의 열차를 타고 움직이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그리고 이런 풍경이 매일같이, 거대 도시와 광역망, 전국망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이 사실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이 사실을 가능하게 만든 제도·역사·지리·경제·공학을 되짚어 보는 것. 또한 철도가 이들에게 다시 돌려준 것들을 살펴보는 것. 바로 <플랫폼>의 목적이다 =

 

* 이 글은 유럽연합의 “New Action Plan: boosting long-distance and cross-border passenger rail (europa.eu)”을 위해 작성된 보고서를 소개하고 국제 열차의 운행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정책적 쟁점에 대해 짚어보기 위해 쓰인 글이다. 

 

[철도경제신문=전현우 객원기자/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EU는 지난 2021년 12월 14일 “유럽 그린 딜”의 일환으로 장거리 및 국제철도의 부흥을 위한 계획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는 21세기 들어 쇠락한 장거리 국제열차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유럽의 국제 연결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생량을 줄여 기후 위기를 완화(mitigation)시키는 데 기여하는 핵심 방법이라는 대전제 위에서 작성되었다. 

 

여기까지는 상식에 가까운 영역이다. 철도의 배출량이 항공보다 훨씬 적거니와, 항공보다 배출량이 많을 정도로 수송량이 적은 철도 노선은 채산성 또한 없어 열차가 제대로 운행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열차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는 근래들어 열차가 항공에 크게 밀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최근 20년간 유럽 국제 열차의 연간 수송량 증가율은 2%, 철도 전체의 인킬로 증가율은 1.3% 수준이었으나 유럽 항공 전체는 연간 4%에 달했다. 그 결과 철도 수송분담률은 1995년부터 2018년 사이에 유럽 전체에서 6.9%선에 머물렀으나, 항공 수송분담률은 5.3%에서 9.6%로 증가되었다. 

 

이렇게 철도수송이 상대적으로 침체된 것을 설명하는 핵심 이유로 야간 열차 운행의 퇴조를 꼽을수 있다. 그림 1은 장거리 야간 열차의 1주일 운행 편수가 지난 20년간 1/3로 격감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편 전체 열차편의 수는 거의 동일하고, 줄어든 열차편수 가운데 2/3을 차지하는 것은 고속열차이다. 야간열차의 퇴조를 고속열차의 성장이 지지하고 있지만, 그 성장세는 항공에 비하면 절반 또는 그 이하 수준인 것이 현실인 셈이다. 

 

그림1. 2001년과 2019년의 유럽 내 장거리 국제선 열차의 1주당 열차편수. Steer & KWC, Long-Distance Cross Border Passenger Rail Services, European Commission, 2021: p. 7.

 

이들 수치는 유럽이 하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럽의 정치적 통합과 이에 기반한 단일시장의 구성, 그리고 지속적인 소득 증가는 국제 여객의 수를 증대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회를 찾는 노동자와 출장객들이, 그리고 유럽 각지의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점점 더 많이 탑승하는 항공기는 배출량을 줄이는 데 큰 한계가 있는 수단이다. 속도를 위해서는 제트 엔진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으나, 제트 엔진은 유류를 필요로 하는 엔진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대체 수단은 생물연료(biomass) 뿐이지만, 이들은 방대한 농토를 연료에 소비하거나 열대 지방의 열대우림 파괴를 부추기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 유럽의 통합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철도망의 활용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이를 위해 규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 열차로 2.5시간 이하 구간에 대해 항공기 운행을 금지한 프랑스 국회의 입법 같은 것이 그 사례이다. 그러나 이처럼 강경한 대책을 유럽 전역에 전면적으로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게다가 단순한 금지 조치만으로는 항공의 편의성에 이미 익숙해진 시민들을 만족시킬 수도 없다. 철도망이 저가항공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무엇보다도 필수적이다.

 

다행인 것은 유럽의 항공 네트워크 역시 유럽 중앙의 다각형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사실이다. 그림 2는 연 50만 석 이상의 좌석을 공급하는 항공 노선을 지도로 보여준다. 런던-파리-바르셀로나-로마-빈-코펜하겐을 잇는 6각형 내부를 촘촘하게 연결한다면 철도에게도 승산은 있을 것이다. 

 

그림2. EU 내부에서 500~1000km 사이의 비행거리 가운데 연 50만 석 이상의 항공 노선이 공급되는 연결. 녹색 선은 환승 없이 철도망 운행이 가능한 연결, 검정 선은 직접적인 철도망 운행이 불가능한 연결. Steer &KWC, Long-Distance Cross Border Passenger Rail Services : p. 24.

 

이를 위해 EU는 여러 정책 목표를 구현하여 2030년까지 국제 고속열차의 수송량을 두 배로, 2050년까지는 세 배로 증대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발권시 가격 비교 및 루트 비교 플랫폼을 제공하여 열차 이용을 계획하기에 편리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요 여행객인 청년층을 집중 공략하는 모객 프로그램을 내놓는 한편, 국제 열차에 대응할 수 있는 차량을 확충하고, 본선의 고속화나 주요 도시 부근 병목 해소 등 인프라 투자를 증대하는 작업을 이어가면서, 국제열차 사업자의 인프라 진입비용을 경감해주고, 디지털화를 통해 각국 철도간 상호운영성을 증진하겠다는 것이 EU의 복안이다. 철도노동자 교육 인증제 및 미래 필요에 대응하는 교육 과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실천 과제이다.

 

하지만 이들 목표만으로는 위기에 처한 국제 열차를 모두 살릴 수는 없다. 실제로 국제 열차가 가진 약점에 대한 세밀한 조사만이, 국제 열차를 살리기 위한 길을 제시할 수 있다. (계속)

 


* New Action Plan: boosting long-distance and cross-border passenger rail (europa.eu)는 https://europa.eu/year-of-rail/news/new-action-plan-boosting-long-distance-and-cross-border-passenger-rail-2021-12-14_en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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