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TX탈선, 바퀴빠짐은 현상일뿐 "왜? 빠졌는지 파고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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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극 기자
기사입력 2022-01-07 [13:27]

▲ 장병극 기자     ©철도경제

[철도경제신문=장병극 기자] 지난 5일 KTX-산천 제23열차가 경부고속선 영동군 인근에서 탈선했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방송사ㆍ주요 일간지 등에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최초 사고가 발생하고, 충청북도소방본부가 현장에 투입하면서 '열차가 철재 구조물과 부딪힌 것 같다'고 전했다. 코레일에서도 사고 당일 14시 30분경 언론사에 배포한 '경부고속선 부산행 KTX (23열차) 궤도이탈(2보)' 보도자료에서 '사고 원인은 터널 내 미상의 물체와 부딪히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원인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사고 당일 보도참고자료에서 '터널 내에서 떨어진 미상의 물체와 부딪힌 이후 정지 과정에서 탈선 등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원인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 언론사를 비롯해 일반인들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했기 때문에 사실상 사고열차에 접근이 불가능했다. 일부 방송사 등에서는 부산방향 영동터널 출구 인근 야산에서, 혹은 드론을 동원해 사고 현장을 촬영하고 사고 소식을 알렸다. 

 

기자도 사고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서울역에서 출발해 영동군으로 향했지만 도착했을 때 사고 현장에 들어갈 수 없었고, 현장 관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사고 관련 내용 등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멀리서 사고열차의 사진을 찍고, 열차가 지나온 터널ㆍ교량과 구조물ㆍ인근 지형 등만 파악할 수 있었다. 

 

오히려 탑승객들이 사고 당시 상황을 직접 촬영해 언론사에 제보하거나 SNS에 올린 사진ㆍ영상물과 최초 사고 당시 충북 소방본부가 제공한 열차 외관 및 구조장면 등을  담은 사진들이 정확한 사고소식을 전하는데 도움이 됐다. 

 

사고열차에 탑승했던 최 모씨가 남긴 40여 초 분량의 영상은 '살아있는' 기록물이었다. 이번 사고를 분석함에 있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객실 내 승객에게 가해지는 충격과 공포감, 위협 등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승객의 시선에서 이번 사고를 바라볼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근거'다.

 

소방당국이 촬영한 사진도 언론사들이 사고를 분석ㆍ보도하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하고, 현장에 접근이 어려웠던 기자들이 사고열차의 외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됐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철도 사고가 발생하면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정확한 조사가 진행돼야 최종적인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 

 

원활한 사고 수습ㆍ복구와 현장 보존 등을 위해 관계자를 제외하고 현장에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했다면 이번 사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도록 이를 모니터링해 바로잡는 것도 관계기관의 몫이다. 언론사도 소중한 제보 사진ㆍ영상을 내보내고 그칠게 아니라, 후속보도를 위해선 꼼꼼하게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미 잘못된 정보들이 전파돼 혼란을 가중시킨 면이 크다.

 

최초 사고급보를 전파할 당시 '터널 내에서 미상의 물체와 부딪혔다'는 내용으로 인해 영동터널에 이목이 쏠렸다. 일단 최초 사고지점에서 혼선이 있었다.

 

사고열차가 최종 정차한 지점은 영동터널 인근, 정확히 말하면 부산방면을 기준으로 영동터널을 통과한 후 약 400m 정도 지난 선로 위다. 하지만 '최초 승객이 체감한 사고 시점'은 영동터널이 아닌 바로 전 오탄터널 진입 직전이다. 실제 차량에 이상이 발생한 건 그 이전일 수도 있다.

 

현장 인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언론의 책임도 있다. 사실 사고 당시 영상을 제보하고 SNS에도 공개한 최 모씨의 영상만 꼼꼼히 살펴봐도 터널명은 모를지언정 영동터널 바로 전 터널이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 제보 영상으로만 분석했다는 전제 하에 대략적인 사고 당시 열차의 속도까지 추정해볼 수 있다. 또한 사고 이후 최종 정차까지 몇 킬로미터 정도 열차가 움직였는지도 유추할 수 있다. 

 

기자도 사고현장에서 5일 밤 복귀해 6일 새벽무렵까지 최 모씨의 영상을 여러 번 되돌려 보면서 사고 시점 및 위치 등이 잘못 보도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만약 철도차량관련 전문가가 해당 영상과 열차 최종 정차 위치, 그리고 KTX-산천의 기술재원 등 감안해 조금만 들여다보면 정확하진 않아도 대략 어느 시점에서 급제동이 걸렸는지도 추정해 볼 수 있다. KTX-산천의 비상제동 성능은 3.3km/h/s다. 열차는 사고 발생 이후 최소 3.5km 이상 더 주행했다. 여기에 사고 현장을 직접 봤다면 레일ㆍ침목에 가해진 손상ㆍ흔적 등을 통해 더욱 세밀하게 알 수 있다.

 

일부 언론사에선 사고 당일 영동터널 등 철도시설물 이상유무나 관리소흘을 지적하고, 벌써부터 유지ㆍ보수의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듯한 보도를 내보내거나 혹은 전국 철도터널 시설물 유지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사를 전했다. 본 기자는 이런 보도가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만을 가지고 봤을 때 사고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하고 있는건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잘 모르면' 사고열차의 외관에서 확인 가능한 화장실ㆍ유리창 등 파손 모습을 보고 이례 상황 발생 시 승객은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게 언론사로서 제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싶다.   

 

사고 다음날인 6일 오후 무렵, 언론사들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열차 차륜(바퀴) 1개가 오탄터널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을 통해 사고 지점이 영동터널이 아닌 오탄터널 진입 무렵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외부 미상의 물체, 혹은 터널 내에서 낙하한 철재 구조물 등과 부딪힌 것이 아니라 바퀴 빠짐(차륜 이탈)'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 언론사에선 '선로 휘어짐'도 언급한다.

 

이미 사고 당일 충북 소방본부에서 제공한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면 열차진행방향 5-4호차 사이의 관절대차에서 좌측 뒷쪽 바퀴 1개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도 일부 언론사는 오보 아닌 오보를 낸다. 5-4호차 사이의 대차를 촬영한 사진이 아닌, 일부에 손상만 받은 다른 대차 사진을 사용한다. 바퀴가 멀쩡하게 있는데 탈선부위, 혹은 바퀴가 빠져 있다고 친절하게도 설명을 달아 놓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바퀴가 빠지는 경우의 수는 다양할 수 있다. 기자가 코레일 정비단에서도 직접 눈으로 봤지만 바퀴를 로봇으로 옮기고 정밀하게 자동화된 기계로 깎는다. 외경을 삭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수치를 정확하게 입력하고, 작업 전 사전 테스트도 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차축에 압입한다. 자전거처럼 그냥 '툭'하고 빠질 확률은 매우 낮다. 또한 바퀴의 균열 등 이상유무를 검측하기 위해 비파괴 검사 등도 수행한다.

 

하지만 확률이 낮더라도 자동화된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 부분은 조사를 거쳐야 알 일이다.

 

일부 철도업계 관계자들은 화장실 내부 파손 사진 등을 보며 '바퀴가 운행 중 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물론 육안ㆍ자동 검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확률이 크진 않지만 사고 원인 분석에 중요할 수 있다. 애당초 바퀴 재질 자체가 불량했는지 여부도 추가 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일부 업계나 전문가들은 설령 바퀴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깨져서 열차에서 떨어져 나갈 정도면 무언가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 역시도 현재로선 추측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건 '현상'이 아닌 '요인'이다. 바퀴가 빠진 것도 현상이다. 그렇다면 왜? 바퀴가 빠졌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충격! 300km 달리던 고속열차서 바퀴빠져, 정비불량 의심'과 같은 기사는 제목도 자극적이지만, 이미 결론을 단정지은 것이나 다름없다. '바퀴빠짐=정비불량'은 지극히 1차원적인 사고방식이다. '정비불량'이라는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퀴가 빠졌다는 현상만을 가지고 '지금 당장' 유지ㆍ보수에 문제가 있다고 지목하는 건 사실상 '오보' 수준이다. 

 

언론사에서 신빙성을 높이고자 전문가의 의견을 덧붙이는데 있어서도 '사고 분석기사'이기에 더욱 신중했으면 한다. 기사 본문에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추정'하는 내용을 써놓고도 마지막에 '추정'에 대한 것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전문가 의견'을 '필요한 부분'만 인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인터뷰를 한 전문가도 불쾌해 할뿐 아니라, 철도 관련자들이 보면 비웃는다. 언론사의 신뢰성만 떨어뜨리는 꼴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소문만 무성하니 궁금증만 커진다. 사소하든, 그렇지 않든 잘못된 정보도 자꾸만 확산되고 있다. 

 

이번 고속열차 탈선 사고는 국내 철도사에 중요하게 기록돼야 할 중대사고임이 분명하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만약 바퀴가 이탈한 부분이 화장실이 아니라 객차 의자 하부였다면, 이로 인해 철재 파편들이 객실 밑에서, 좌ㆍ우 유리창을 뚫고 들어왔다면 끔직한 사망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두고 사망사고가 안 난건 '천운'이라고 한다.

 

국토부를 비롯해 관계기관에서도 1차 조사결과가 나오면 최대한 '숨기려' 들 것이 아니라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철도' 스스로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사고 조사와 함께 올바른 사실 전달도 '철도 안전'에 중요하다.

 

본 기자도 이번 사고의 수습ㆍ조사 과정을 보며, 수 많은 법령과 정책에서 늘상 강조하는 '철도 안전'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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