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도시철도 급행화 해법은?] "급행ㆍ선택정차 조합모델 적용, 대피선 2개면 충분"

√ 오경철 대표, 민간서 급행화모델 특허 등록 "공익 위해 특허 무상 제공하겠다"
√ 부산 1호선 시물레이션해보니 "대피선 5개→2개로 줄여 건설비 60% 절감"
√ 급행ㆍ준급행 모두 운행, 최대 25분 단축 "휴대폰 통해 정차역 자동 안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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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극 기자
기사입력 2021-12-07 [09:01]

[철도경제신문=장병극 기자] 국내 도시철도의 평균 속도는 약 30km/h 수준. 평균 속도 100km/h급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연계ㆍ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기존 도시철도의 속도를 높이는게 필수다. 

 

특히 GTX에서 소외된 지역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일부 지자체에선 역 유치에 사활을 건다. 역이 늘어날 수록 GTX의 평균 속도는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기존 도시철도노선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 GTX와 역할을 나눠야 전체 철도네트워크망이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이라고 입을 모은다.

 

GTX가 서울 외곽에서 주요 주요 도심을 고속으로 연결하는 중추 신경계 역할을 한다면 기존 도시철도 및 경전철 노선은 구석구석까지 잇는 말초 신경계 역할을 부여받는다. 

 

그런데 말초 신경계가 건강하지 않다. 기존의 도시철도 노선이 건설된지 오래되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에 따른 개량의 필요성이 시급해지고 있다. 여기서 '어디까지 손봐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보니 '열차 속도'를 높이는데 인색하기만 하다.

 

▲ 기존 운행 중인 부산도시철도 대피선(부본선) 추가 설치 개념도(=자료사진, 부산시)     ©철도경제

 


기존선 급행화, 대피선 1개소 추가하는데 2천 억원 이상 소요 "최소화 관건"


 

기존 도시철도 급행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가 "기왕 개량사업에 들어가려면, 투자 비용을 최소화해 운행 속도를 높여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이었다.

 

급행화를 언급할 때 흔히 서울 9호선의 사례를 참조한다. 지난 2009년 개화-신논현 간 1단계 구간을 처음 개통한 후 중앙보훈병원역까지 연장돼 약 41km를 운행 중으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완ㆍ급행 개념을 도입한 도시철도다. 일반열차는 38개 모든 역에, 급행열차는 16개역에만 정차한다. 

 

현재 완ㆍ급행 열차를 1:1 비율로 운영하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중앙보훈병원까지 완행열차를 타면 74분이 걸리지만 급행열차를 타면 54분만에 갈 수 있다. 하지만 9호선은 설계때부터 완ㆍ급행 운행을 감안해 만들었고, 대피선 및 신호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 서울 9호선은 건설 당시 급행열차 운행을 위한 대피선 및 신호제어시스템 등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재 급행과 완행열차를 1:1 비율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대피선에서 완행열차 추월을 위한 급행열차 운행 개념도(사진=메트로9 홈페이지)  © 철도경제

 

일단 기존 도시철도에서 급행 열차 운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게 대피선 추가 확보다. 전문가들은 도시철도 지하역 1개소에 대피선을 추가로 건설하려면 약 2천 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급행 열차 도입을 위해 기존 인프라를 개량하는 과정에서 대피선을 너무 많이 만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꼴'이 된다.

 

관련 연구기관에서도 대피선을 만드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기존 지하터널 확폭 기술 등 토목분야와 최적의 완ㆍ급행 운행 모델을 지원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초점을 두며, 기존 도시철도 노선을 급행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민간 영역에서 광역ㆍ도시철도 급행화 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든 사례는 사실상 전무했다.

 


급행열차+'Skip & Stop' 조합모델 아이디어 '급행화 대안 제시'


 

오경철 에이티에스 대표는 2019년 11월 '대피선로를 이용한 스마트 지하철 운행 관제시스템'으로 특허를 출원해 지난 9월 최종 등록했다. 

 

오 대표는 비용이 많이 드는 대피선 추가 건설을 최소화하면서 9호선과 같은 완ㆍ급행 1:1 비율 운행 혹은 '선택정차(이하 Skip & Stop)'을 택하는게 아니라 급행열차와 'Skip & Stop'방식을 조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Skip & Stop' 방식은 환승역 등 주요역은 모든 열차가 정차하지만 나머지 역에서는 선ㆍ후행열차가 교차로 정차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개의 정거장 중 5번 정거장이 주요역이라고 가정한다면, 먼저 들어오는 A열차가 1ㆍ3ㆍ5ㆍ7ㆍ9ㆍ10번 역을, 그 다음 들어오는 B열차는 2ㆍ4ㆍ5ㆍ6ㆍ8ㆍ10번 역만 정차해 정차역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1개 역을 무정차 통과하는데 1분 30초 가량 단축시킬 수 있어, 대피선로를 만들지 않고도 모든 역에 정차할 때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Skip & Stop'만 사용하면 승객이 체감할 정도로 소요시간을 크게 줄이지 못하면서 일부 승객은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열차를 바꿔타야해 결과적으로 승객의 편의성과 만족감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 대표가 첫번째로 최소한의 대피선로 추가 건설에 방점을 두고 'Skip & Stop'에 급행열차 개념을 조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유다.

 

▲ 오경철 대표가 등록한 '대피선로를 이용한 스마트 지하철 운행 관제시스템' 특허증(사진 중앙). 사진 좌상단부터 시걔방향으로 부산1호선 노선도, 완ㆍ급행 1:1 운행 예상도, 선택정차 운행 예상도, 급행+선택정차 조합모델 예상도.  © 철도경제

 

▲ 급행+선택정차(Skip&Stop) 조합방식 예상도 (사진=오경철 대표 제공). © 철도경제

 

오경철 대표는 부산 도시철도에서 기존선 급행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부산 1호선에 '급행+Skip & Stop' 조합 방식을 직접 시물레이션을 해봤다고 한다. 그 결과 완ㆍ급행열차를 1:1 비율로 운행하려면 대피선로가 5개 필요한데, 조합 방식을 적용하면 대피선로가 2개만 있어도 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오 대표는 "완행열차가 모든 역에 정차하기 때문에 속도가 늦고, 이로 인해 급행열차를 투입하게 되면 대피선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완행열차도 하나의 조합군을 만들어 A패턴, B패턴 방식으로 운행하면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급행열차를 함께 운행하더라도 대피선로를 적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 1호선에서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는 편도로 약 78분 걸리지만 대피선로 2개를 추가 확보해 주요역에만 급행열차를 정차시키면 52분, 'Skip & Stop'방식의 준급행열차는 65분 소요돼 기존 대비 최대 25분 이상 단축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대피선로 건설을 5개에서 2개로 줄이면 공사비를 약 60% 절감하면서 모든 열차를 급행 혹은 준급행화시킬 수 있어 기존 대비 부산 1호선에 열차 운행을 30% 이상 추가로 투입할 수 있게 된다"며 "승객의 입장에서 대기 시간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이동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준급행ㆍ급행 열차 선택권까지 주어지게 돼 만족감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데이터로 수요파악 '정차패턴' 변경, 관제서 승객 휴대폰 통해 정차역 안내  


 

오경철 대표가 특허로 등록한 '대피선로를 이용한 스마트 지하철 운행 관제시스템'에 따르면 역 게이트의 카드태그 정보를 활용해 승ㆍ하차 인원을 집계한 빅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함으써 수시로 정차패턴을 바꾸는게 가능하다. 시간대별로 수요가 많은 역에 열차 정차 횟수를 늘리고, 그렇지 않은 역은 정차 횟수를 줄여 '유연성'을 주자는게 오 대표의 구상이다.

 

오 대표가 두번째로 '스마트'에 초점을 두고 교통상황에 맞게 관제시스템이 작동해 열차가 탄력적으로 정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다.

 

특허명이 왜 '대피선로'를 이용한 '스마트' 지하철 운행 관제시스템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급행+Skip & Stop'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일부 승객은 한개의 노선 안에서 목적지에 따라 열차를 갈아타야 하거나 완행열차만 다닐 때보다 열차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무엇보다 열차 운행 패턴에 따라 정차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노선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승객의 입장에선 헷갈릴 수 있다. 

 

▲ 김포공항역 9호선ㆍ공항철도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휴대폰을 보고 있는 모습.   © 철도경제

 

이에 대해 오경철 대표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있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KTX에서는 이례상황 발생시 승객에게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자동 전달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지하철에도 관제 서버와 승객과 모바일(휴대폰) 간 통신해 탑승한 열차가 어느 역에 정차하는지 등의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승객이 혼선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승강장 역명판에 LED를 활용한 적ㆍ녹 점멸 시각 장치 추가 ▲지하철 역사 내 스피커 등 기존 안내장치 보완ㆍ개선 등의 아이디어를 추가로 제시했다.

 

오 대표는 "급행과 'Skip & Stop'을 조합한 방식으로 열차를 운행하면 실제로 환승저항을 가지는 승객은 약 5%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여기에 교통약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9호선도 초기엔 승객들이 헷갈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고, 지금은 효율적이고 빠른 운행체계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급행화 특허 등록한 오경철 대표 "공익 위해 무상 제공하겠다" 


 

현재 서울ㆍ부산 등에서는 기존 도시철도 노선을 개량하면서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고, 추후 선보일 광역급행철도와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존선 급행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울 4호선(당고개-남태령) 및 부산 1ㆍ2호선 등 노선은 해당 지자체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도 포함돼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안'이 없다. 

 

수인분당선의 경우 기존 수원-죽전 간 운행되던 반쪽짜리 급행열차를 왕십리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야탑역과 수서-대모산역에 대피선을 추가로 설치하려고 했지만 서울시측이 비용이 많이 든다며 거절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분당선 급행화 사업은 현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 오경철 에이티에스 대표. 오 대표는 '대피선로를 이용한 스마트 지하철 운행 관제시스템' 특허를 공익적 차원에서 무상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철도경제

 

오경철 대표는 "이미 철도기술은 나날히 발전하고 있는데,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수요자인 승객과 서비스 제공자인 운영기관에게 모두 득이 되는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번에 급행과 'Skip & Stop' 방식을 조합한 열차 운행 모델을 특허로 등록한 이유도 특허권자로서 가진 이익을 취하려고 함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 대중교통수단인 도시철도를 편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본 끝에 얻은 결과물"이라며 "공익을 위해서 이번에 받은 특허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실제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철도 유관 기관 등에) 접근해야할지 몰라서 난감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GTX가 붐이라지만 모든 지역을 아우를 수 없다"며 "기존선의 운영 효율성을 높여 연계네트워크망이 잘 작동할 수 있게끔 만드는게 필요한만큼, 관계 기관에서도 대피선로 건설을 최소화하면서 급행과 'Skip & Stop'을 조합한 열차 운행체계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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