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철도물류 최초, 무선제어입환시스템 시범 운영 "기관차 조작, 리모컨으로 충분"

한국철도, 2016년부터 연구·개발 착수, 선로 밖에서 리모컨 조작해 입환기관차 이동 "작업자 안전 ↑"
작업자 누구나 기관차 이동 알 수 있게, 이중안전장치 설계 "이례상황 발생 시 무조건 비상정지"
철도안전법 상반기 中 개정, 철도장비면허 소지자도 리모컨 사용할 수 있도록
무선제어입환시스템 도입, 수신호·무전기 의존 기존 입환작업 혁신 "사고 50% 이상 줄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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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극 기자
기사입력 2021-03-03 [12:41]

[철도경제=장병극 기자] 열차를 편성하기 위해 차량을 연결하거나, 분리, 이동시키는 입환(入換)작업. 지금까지는 입환기관차에 탑승한 기관사와 수송원이 거대한 열차 사이를 오가면서 무전기로 교신하고, 수신호에 의존해 차량 조성(造成)작업을 했다.

 

이러한 입환 방식에 투입된 작업자들 간 의사 소통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지난 2월 초 영주에서도 입환작업 도중 사상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한국철도(코레일) 등 관계 기관에 따르면 실제로 기관사-수송원 간 교신을 통한 기존 입환작업 과정에서 최근 10년 간 36건의 사상사고가 발생하면서 36명이 다쳤다. 사망자도 4명이나 있었다. 

 

해마다 발생하는 입환작업 중 사상사고.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코레일이 위험에 노출된 작업자들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무선제어입환시스템'을 도입, 지난달 15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06년 발간한 미국 연방철도국의 보고서를 인용, 분석한 사고통계 자료에 따르면 무선제어입환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일반사고는 약 46%, 사상사고는 약 49%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에서는 해외 운영 사례를 참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 이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사고를 5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도경제신문은 지난달 25일 대전조차장역을 방문, 무선제어입환시스템의 구성과 운영 방식을 직접 보기로 했다. 

 

▲ 사용자제어장치(OCU)로 선로 밖에서 입환기관차를 제어하고 있는 모습. 소형 리모컨으로 무게 1.5kg에 불과해 휴대성이 높다. 각 장치 간 최대 1.6km까지 송·수신된다.  © 철도경제

 

◆ 작업자, 선로 밖에서 리모컨 통해 기관차 이동시켜 "입환작업 혁신"

 

무선입환시스템은 철도 선진국에선 이미 40여 년 전부터 도입한 기술이다. 미국은 1970년부터, 유럽도 1985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코레일에서도 지난 2016년 공사 연구원을 중심으로 자체 과제로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해 이듬해 시범 운영을 위한 준비단계를 마무리했다. 2018년 입환기관차 2대에 처음 장비를 설치하고 테스트 작업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코레일은 무선제어입환시스템 도입·운용 등 업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무선제어 전담조직(T/F)'도 구성했다. 

 

송성규 대전조차장역 부역장은 무선제어입환시스템 시범 운영 현장으로 안내하며 "철도 도입 후 12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이 일일히 사람을 투입시켜 철도차량을 연결·분리했던 기존 작업방식과 비교해보면 한마디로 혁신이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입환기관차를 무선제어기(리모컨)만으로 조작할 수 있어, 기관사와 수송원이 일일히 무선 교신 및 수신호를 할 필요가 없다. 작업자는 열차 조성과정을 살피며 선로 밖 등 안전한 위치에서 입환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 입환기관차와 화물열차를 연결한 후 기관차를 움직이기 위해 리모컨을 조작하는 모습. 리모컨이 45도 이상 기울어지거나 50초 이상 조작하지 않으면 이례상황으로 판단, 경고음 발생 후 기관차가 자동으로 비상정지한다.   © 철도경제

 

무선제어입환시스템은 크게 사용자제어장치(Operator Control Unit, OCU)와 기관차제어장치(Locomotive Control Unit, LCU)로 구성된다. 

 

OCU는 무게가 1.5kg에 불과하고, 가로 22cm, 세로 10cm, 높이 12cm 크기로 드론 리모컨처럼 작아 휴대성이 뛰어나고 방수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 작은 장치 하나로 입환기관차의 이동·제동 등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OCU는 보통 2대를 운용하며, 주제어(Primary)-부제어(Secondary) 기능을 부여받아 제어권을 상호 전달한다. 1대가 주제어 기능을 맡게 되면 다른 1대는 부제어 기능이 주어지는 방식이다. 배터리는 한번 충전하면 9시간까지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입환 작업에 투입된 인원 2명이 한 조가 돼 최대 1.6km 떨어진 위치에서도 OCU(주제어-부제어)-LCU 간 무선으로 송·수신할 수 있다. 수송원의 이동을 최소화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송 부역장은 "작업에 투입된 2명이 각각 리모컨을 들고 한쪽에선 주제어 기능을 받아 기관사가 운전실에서만 조작할 수 있는 이동과 제동 등 작동을 수행하고, 부제어 기능을 받은 리모컨도 비상 시를 대비해 비상제동 및 기적소리를 울릴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쪽이 주제어권을 맡으면 다른 한쪽은 부제어권을 부여받는데 리모컨 2대 간 주제어-부제어 등 제어권을 서로 전달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돼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 입환기관차가 움직일 때는 벨소리를 크게 울리도록 만들어 모든 작업자에게 열차가 움직이고 있음을 전달한다.  © 철도경제

 

◆ 작업나 누구나 기관차 이동 알 수 있게, 열차 멈춘 상태서만 연결·분리작업 들어가 

 

무선입환시스템을 사용한 입환작업이 시작됐다. 수송원이 선로 밖에서 주제어권을 받은 리모컨을 조작하자 LCU가 장착된 4445호 입환기관차가 기관사 없이 제한속도 기준인 약 25km/h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환기관차가 움직일 때 '땡땡땡'하며 벨소리가 크게 울려, 모든 작업자에게 리모컨으로 기관차를 조작하고 있음을 알릴 수 있도록 했다. 현장 관계자는 "기관차 외부에도 비상정지버튼이 있어 이례 상황시 버튼을 누르면 기관차가 멈춘다"고 말했다. 

 

시멘트화차들이 있는 지정된 장소에 다다르자 입환기관차에 울리던 벨소리가 멈췄다. 기관차가 완전히 멈춘 상태다. 안전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수송원은 열차에 접근하고, 연결기와 제동관을 조작해 열차를 연결하거나 분리시킨다. 

 

작업이 끝나면 수송원은 선로 밖으로 나와 리모컨을 조작해 다시 기관차를 이동시킨다. 이를 반복하며 열차를 조성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현장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와 기존 방식을 비교하면 작업 시간이 크게 줄이는 것은 아니지만, 열차 연결기·제동관 조작을 제외하고 열차와 떨어진 곳에서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작업자 안전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성규 부역장은 조성작업이 끝난 후 LCU가 장착된 입환기관차의 운전실 내부도 소개했다. 송 부역장은 "LCU는 수송원이 휴대하고 있는 OCU의 신호를 수신해 기관차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로 수신장치 및 원격제어 명령을 기관차가 이행하도록 명령하는 디코딩장치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직접 보니 운전실 조작부 크기 정도였다. 기존 운용 중인 입환기관차를 크게 개조하지 않고도, 필요한 장비만 설치하면 무선제어입환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 무선입환제어시스템 중 기관차제어장치를 장착한 입환기관차 운전실 내부. 기존 기관차를 크게 개조하지 않고 장비를 설치할 수 있다.  © 철도경제

 

◆ 무선입환시스템, 이중안전장치 구성 "문제생기면 기관차 무조건 비상정지"

 

작업자 안전 확보가 가장 큰 목적인 무선제어입환시스템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틸트기능 ▲이동방향 보호기능 ▲자가진단 ▲속도제한 기능 ▲사용자 제어장치 안전기능 ▲경계보호 기능 ▲기관차 비상정지 버튼 등 각종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들 기능은 공통적으로 작업자나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관차를 정차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일단 제동을 걸어야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특히 틸트기능은 작업자가 리모컨을 조작하다가 45도 이상 기울이면 작업자가 넘어졌다고 판단, 경고음이 울린 후 5초 이내로 복구하지 않을 경우 기관차를 자동 정지시키게 된다"며 "무선입환시스템으로 기관차를 이동시킬 때도 작업자가 50초 이상 리모컨을 조작하지 않는 등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경고음을 낸 후 9초 후에 기관차가 정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전 확보를 위해 일단 기관차가 한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하면, 리모컨을 조작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도록 스위치를 조작해도 이동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며 "기관차 이동방향을 변경하려면 무조건 기관차를 정지시킨 후 리모컨스위치를 다시 조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무선제어입환시스템으로 입환 작업 중 이례상황 발생 시 기관차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기관차 외부에도 비상정지버튼을 설치했다.  © 철도경제

 

코레일은 이번 시범 운영 과정에서 도출한 보완사항을 정리해 입환신호체계, 운영매뉴얼, 비상조치매뉴얼 등도 개선할 예정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범 운영이 끝나면 올해 8대의 무선입환시스템 장비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무선입환제어시스템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한 관련 법규 정비도 국토부와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조재욱 물류수송처장은 "현재 디젤기관차 면허 소지자가 입환기관차를 운행할 수 있어 무선입환시스템 도입해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철도안전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철도운전 관련 면허 중 가장 낮은 등급에 해당하는 철도장비면허 소지자도 리모컨 조작으로 입환기관차를 이동시킬 수 있도록 상반기 중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희업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관은 "무선입환제어시스템은 철도물류영업에 있어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기술로 의사소통 오류로 인한 입환작업자의 직무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안전 확보를 비롯해 사람 중심의 철도 안전문화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글 장병극 기자 / 영상 박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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